노랜드(천선란)
지난번 「천 개의 파랑」 이후 두 번째 접하게 된 천선란 작가님의 작품이다.
이 책은 2년 동안 청탁받은 소설들을 모아 한 권의 소설집으로 엮은 것인데 「흰 밤과 푸른 달」을 포함 10개의 작품이 수록되어 있다. 주인공이 겹치거나 이야기가 이어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순서와 상관없이 마음에 드는 제목과 분량을 보고 읽어도 무방하다.
책을 읽다 보면 역시나 참 대단한 작가라는 생각이 든다. 밀리의 서재에서 e북으로, 아무런 정보도 없이 읽게 되었는데 읽을수록 SF 소설이었나? 추리 소설? 휴머니즘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설마 좀비? A.I?, 외계인? 무슨 이런 작가가 다 있지?라는 생각이 나게 될 정도로 스펙트럼이 다양하다. 나중에 '작가의 말'과 '수록 작품 발표 지면'을 보고 나니 절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사실 행복할 때도, 눈물을 흘릴 때도, 머리가 복잡해지며 미간을 찡그릴 때도 있고,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 때도 있으며, 때로는 현실과 구분할 수 없는 찝찝함을 느낄 때도 있어 소설보다는 비문학 장르를 선호하는 편이지만 어쩌겠는가. 그게 소설의 매력인 것을. 그러라고 읽는 거 아닌가. (사실 현실에 있음 직한 일이기에 애써 외면한 것일 수도 있다)
비록 두 권의 책을 읽었을 뿐이지만, 확실히 알겠다. 작가님은 이 땅의 모든 것들의 행복을 바라는 것이 분명하다.
노랜드 - YES24
“언니는 나를 믿어요?”한국 문학의 빛나는 별, 천선란 두 번째 소설집 출간!경이롭고 헤아릴 수 없는 열 편의 이야기상처 입은 존재들의 사랑과 회복의 서사를 우아하고 경이로운 소설적 상상
www.yes24.com
(표지는 꼭 「옥수수밭과 형」에 나오는 개잎갈나무와 「흰 밤과 푸른 달」에 나오는 강설과 명월을 그려 놓은 것 같다)
- 어떤 느낌일까요? 이기기 위해 괴물이 되기를 선택한 가족을 지구 밖으로 보내야 하는 건.
- 명월이 사망할 경우 그 이후 강설에게, 강설이 죽을 때까지 명월의 사망 위로금이 매달 300만 원씩 지급될 것이며 이에 동의하는 서명과 관계 증명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그 서명에는 돈을 받겠다는 의미와 명월이 우주에서 죽어도 받아들이겠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었다.
- 나는 집이 무서웠지만 아무도 오지 않는 집은 서러웠고, 함께 있으면 불편했지만 혼자 있으면 눈물이 났어. 그러니까 나는 힘을 버티는 데 쓴 거야.
「흰 밤과 푸른 달」 중
가까운 누군가가 사망할 경우 그 위로금을 지급받는 데 동의하는 서명을 하는 순간에는 어떤 느낌이 들까. 서명을 할 수 있을까? 그 순간이 오지 않기를 바랄까. 아니면 천천히 오기를 바랄까. 그 위로금을 내가 받는 것이 맞을까? 내가 많이 고생하고 힘들어해서? 정작 그 사람은 위로도 받지 못하고 세상을 떠났을 수도 있는데. 내가 더 사랑했어야 했고, 내가 더 그 사람과 함께 했어야 하는 후회를 할 거 같은데 내가 위로금을 받는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누가 누구를 위로해 준다는 거지?
형이 상상해봤는데, 만약 푸코랑 다르게 생긴 애가 본인이 푸코라고 하면서 푸코의 기억과 똑같은 기억을 가지고 있다면 나는 그 애를 푸코라고 생각할 거 같아. 사람이든 로봇이든 강아지든 기억이 같으면.
「옥수수밭과 형」 중
형은 기억이 같으면 외모가 달라도 여전히 그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면 분명 외모는 그 사람인데 기억이 다르다면? 전자가 같은 사람일까, 후자가 같은 사람일까? 복잡하다. 기억상실증에 걸려 나에 대해 전혀 모르고 함께 했던 추억도 다 사라져 버린 그 사람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을까.
- 너는 이 강을 건너 환생의 문을 넘기 전까지 네 인생의 억울함에 목매지 말고 행복했던 순간만을 떠올려라. 그게 저들이 너에게 바라는 가장 간절한 바람일 테니. 네 몫의 서글픔은 저들이 다 해줄 것이니. 다음 생에는 네 이름을 절대 잊지 말거라.
- 우리의 세계는 결국 무상으로 변해갑니다. 무상은 분별의 의미가 없습니다. 이곳에서 왔으니 이곳에서 있다가 그저 이곳의 순리에 맞게 사라지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 변하지 않는 것은 지난 마음뿐이다.
- 우주는 공(空)이다. 존재에는 실재가 없다. 그러니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나기 얼마나 좋은 세상이냐? 실재하지 않기에 모든 것이 일어날 수 있고, 깨닫지 못한 이들이 그것을 기적이라 부를 뿐이다.
- 밖의 세계, 세계의 밖
밖의 세계와 세계의 밖. 생각을 좀 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작가님의 멋진 말을 소개하며 마친다.
이 땅의 모든 것들의 행복을 바라는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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