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나잇 라이브러리(매트 헤이그) - The Midnight Library(Matt Haig)
오랜만에 올리는 글이다. 정신없이 바쁘기도 했고 일상의 밸런스가 무너졌던 시간이었다.
뭐 다 핑계고 그냥 이 책 저 책 읽기는 했으나 무엇인가 나사가 풀린 상태(?)였다. 다시 살짝 조여야겠다.
매트 헤이그는 "강렬한 존재감과 위대한 재능을 가진 소설가"로 평가받는 영국의 소설가이자 동화작가이다.
이 소설은 책 표지와 제목에 이끌려 읽게 되었다. 한밤중의 도서관? 생각만 해도 무서운데 뭔가 신비한 기운이 흐르는 도서관이라... 고양이와 함께 다채로운 빛이 흘러나오는 도서관 그림을 보면 무서울 거 같진 않은데 <달러구트 꿈 백화점>, <나미화 잡화점의 기적>, <꿈을 찍는 사진관> 등이 떠오르기도 하고. 이런 류의 소설들은 언제나 환영이다. 막연한 상상을 하게 되고 희망을 느낄 수 있으니까.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선택을 해보겠니?
책 표지에 적힌 이런 글귀를 보면 마냥 편안하게만 볼 작품은 아닌 것 같다. 글쎄다. 일단 후회하는 일들을 떠올려 보고...있긴 있다. 되돌릴 기회가 생긴다고? 일단은 좋다.
책을 넘겨 보면 힘들어하는 주인공 '노라 시드'가 나타난다.
이제 아무도 그녀를 필요로 하지 않았다. 그녀는 이 우주에서 불필요한 존재였다.
삶이 무너진 상태. 이 세상에 홀로 남겨진 기분. 자신이 불필요한 존재라고 느끼게 되면 삶의 의지가 있을까? 부모, 친구, 애인, 키우던 고양이, 직장 등 모든 주변의 것들이 사라지거나 이 속에서 존재 가치를 느끼지 못하는 삶을 버텨낼 수 있을까? 역시나 주인공은 항우울제를 삼킨 다음 곰곰이 생각하며 죽음을 떠올린다.
그러다 삶과 죽음 사이에 있는 도서관(양자학이든 상상이든)을 마주하고 그 곳에서 '엘름'(사서)을 만나게 되며 이야기가 전개된다. '엘름'은 현실과 주인공의 내면 속에 공존하는 존재이다. 노라는 엘름에게 많은 도움을 받게 된다.
어떤 후회는 전혀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단다.
사실에 기반하지도 않는 후회를 지금까지 안고 살고 있다고? 가만 보면 떠오르는 몇 가지 후회가 되는 것들이 있는데..정말 실체가 없거나 사실에 기반하지 않는 것들도 있다. 신기하네.
실제로 이루고 나면 싫어하게 될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왜 있지 않은가? 예를 들어 의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는데 실제로 의사가 되면 싫어하게 되는 것. 그런데 '의사가 되는 선택'을 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는 거도 웃기다. (책에서는 노라가 바라던 다양한 삶들을 잠시나마 살아보게 된다)
이 소설은 죽기를 간절히 바라던 주인공 '노라 시드'가 다양한 삶을 살며(물론 도서관의 책들을 통한 상상 또는 양자학...)삶의 의미를 깨닫게 되고 '나는 살아있다'라는 문장으로 깨어나게 되는 과정을 다루고 있다.
우리는 살면서 여러 가지 선택을 하게 되고 힘이 들 때 후회를 하곤 한다. 후회라는 것이 그런 것 같다. 내가 그때 다른 선택을 했다면 나의 삶은 지금보다 더 좋게 바뀌었을까? 선택하지 못한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 때문에 미련이 남고 후회를 하는 것 같다. 내가 선택한 지금의 삶보다 더 좋지 않은 삶을 살게 될지 어떻게 알 수 있단 말인가? 살아보지 못한, 사실에 기반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후회보다는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이 삶에서 가능성을 찾고 미래를 꿈꾸는 것이 훨씬 좋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어떤 선택으로 나의 미래가 바뀌고 있다. 이 책을 읽고 스스로 답을 찾아 보길 바란다.
후회하는 일을 되돌릴 기회가 생긴다면 다른 선택을 해보겠냐는 '엘름'의 질문에 이제는 다시 답해야겠다.
나의 대답은 "아니오"다. 그 선택으로 지금의 행복을 무너트리긴 싫다.
끝으로 책 속의 글귀 하나 소개하고 마치겠다. 이 책 또한 꼭 읽어 보시길 추천한다.
우리는 한 사람이기만 하면 된다. 한 존재만 느끼면 된다. 모든 것이 되기 위해 모든 일을 할 필요는 없다. 왜냐하면 우리는 이미 무한하기 때문이다. 살아 있는 동안 우리는 늘 다양한 가능성의 미래를 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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