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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책장을 정리하다 문득 포스트잇 플래그가 많이 붙어 있는 책을 발견했다. 원래 책을 읽다가 인상 깊었던 문장이 있거나 생각해 봄직한 곳에 이러한 것들을 붙이는 습관이 있는데 이 책엔 꽤나 붙어 있었다. 뭔가 끌렸던 책인가 보다.
책을 몇 장 넘겨보니 옛날(?) 영화 '우아한 거짓말'을 봤던 비슷한 시기에 이 책도 읽게 되어 몰입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
초등학교 5, 6학년 때 '은따'를 당했던 주인공 다현이가 네 명의 친구들(아람, 병희, 미소, 설아)을 만나 '다섯 손가락'을 결성하며 오히려 다른 친구들을 따돌리는 데 동참하게 된다. 그 안에서 공허함과 두려움, 불합리함을 느끼게 되고, '다섯 손가락' 멤버들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속 이야기를 털어놓기 위한 비밀 블로그 '체리새우'를 만들게 된다. 그 과정에 새로운 진정한 친구들을 만나게 되고 비밀 블로그를 공개 블로그로 바꾸며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 청소년 소설이다. (제9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 수상작, 작가: 황영미) |
- 내가 따라하지 않는다고 뭐라 하지 않겠지?
- "무거우면 하나 들어줄까? " 아람이는 고마워, 하면서 제일 큰 가방 하나를 내밀었다.
- 다현아 이 쇼핑백들 우리 집에 좀 갖다 줄래?
- 은유랑 절대 말을 섞지 말 것. 우리 다섯 손가락 친구들끼리의 암묵적 약속이다.
- 답문은 없었다. 마지막은 늘 내 몫이니까.
나이가 들어서일까? 주인공 다현이가 답답해보였다. 친구라면서 친구의 눈치를 계속 살피고, 심부름을 자처하고, 대화에서도 마지막이어야 하는 등 온갖 불합리한 상황 속에서 수동적인 존재로 비쳐졌다. 또한 주인공이 새로운 친구들을 만나 점차 변화하여 결국 알을 깨고 나오게 되면서 마무리가 되는 점, 여러 좋지 않은 일들을 주도했던 친구의 아픈 가정 환경 등은 청소년 소설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진부함으로 느껴졌다.
그러나 조금만 시선을 내려보면 다르게 읽힌다. 말 그대로 청소년 때의 나였다면? 초등학생이나 중학생이었다면? 당장 나의 옆에 있는 친구, 내 이야기를 들어줄 수 있는 친구, 나와 함께 무엇인가를 할 수 있는 친구들 앞에 불합리한 상황이란 것이 존재하기는 한 것일까. 물론 이러한 것을 따지지 않고 친구를 만나기엔 나는 너무 멀리 온 것 같지말 말이다. 어찌 보면 지금의 내가 어릴 적 그러하지 못한 나에게 불편함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소설은 재밌게 술술 읽힌다. 청소년의 심리를 잘 표현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
친구는 동등한 관계여야 한다. 스스로를 업신여기면 다른 사람들이 나를 존중하기 어렵다. 당당해지자. -다현-
굿바이의 어원은 ‘God be with you’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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