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차승민)
모든 것이 빨리 지나가는 세상, 1주일 신문 기사만 모아봐도 수두룩한 강력 범죄, 그 속에 어김없이 등장하는 각종 정신질환과 감형 이야기, 사회적 편견, 차별.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각종 미디어를 통해 범죄들을 수없이 많이 접하다 보니 어지간한 큰 사건이 아니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경향도 있는 것 같다. (그알이 한몫했다ㅋ)
「나의 무섭고 애처로운 환자들」이라는 제목, 게다가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정신질환과 범죄 이야기라... 뭔가 자극적인 내용이 나오려나. 아니면 내가 몰랐던 치료감호소의 이면이 나오려나.
이 책의 저자는 국립 법무병원(치료감호소)에서 근무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다. 솔직히 '국립 법무병원=치료감호소'라는 것을 책을 통해 처음 알았다. 치료감호소는 얼핏 들어 본 것 같은데 말이다. 참고로 국립 법무병원에는 기본적으로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들어간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신질환자의 유형도 많고 정신질환자가 잠재적 범죄자도 아니며(모든 정신질환이 위험한 것도 아니다), 사회적 인식, 법 제도의 미흡함, 인권 문제 등으로 인해 정신질환자의 범죄가 늘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물론 그 사이사이에 환자의 과거 환경적인 면도 상세하게 언급하며 제대로 치료받지 못해 발생하는 범죄에 대해 안타까워한다.
아무래도 주제가 주제이다 보니 전체적으로 덤덤한 목소리로 내용을 전달한다. 이 책도 역시나 순서에 상관없이 끌리는 부분부터 읽어도 무방하다. 그게 나을수도 있다.
*책을 읽은 후 새롭게 알게 된 사실*
1. 국립 법무병원=치료감호소
2. 의사 1인당 환자 160명(너무 열악하다... 고생 많으십니다ㅠ)
3. 가장 많이 하는 말: "밥은 잘 먹어요? 잠은 잘 자요?
4. 병원에는 조현병, 조울증 환자, 정신지체자, 성범죄자(소아성애증, 노출 등), 알코올 중독자, 약물중독자, 성격장애자 등이 모여 있다.
5. 정신질환의 증상과 범죄의 연관성이 분명해야만 심신 미약으로 인정받는다.
6. 정신질환자가 24시간 미쳐 있는 것은 아니다. (이건 좀 충격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도 그럴 것 같지만 내 머릿속에는 정신질환자는 늘 위험하다는 인식이 자리 잡혀 있었던 것 같다)
7. 정신질환 증상으로 범죄가 성립하려면 "자발적인 위법 행위+악한 의도"가 충족되어야 한다.
8. 심신상실인 자는 무죄, 심신 미약인 자는 '감경할 수 있다'
9. 우리나라에서 시행하는 화학적 거세는 남성호르몬 중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를 차단하거나 억제하는 것.
(단, 언제든 약물 주사를 중단하면 호르몬 분비와 함께 성욕이 다시 생겨 생식력에 문제가 없다는 사실;;;;;, 단 아직까지 성충동 약물치료를 받은 사람이 성범죄를 다시 일으킨 사례는 없다)
10. 소아(6개월~13세) 성애 장애 피해자의 60퍼센트가 소년
끝으로 머리말에 나온 내용 일부를 소개한다. 역시나 아는 만큼 보인다. 이 책을 읽으면서도 그동안 갖고 있던 선입견에 대해 생각해 본다.
나는 우리 병원에 입원한 환자들을 모두 대변할 마음도, 능력도 없다. 또 이들을 그저 불쌍하게만 보아 달라는 것도 아니다. 이 병원에 오기까지 그들이 겪었던 정신질환 증상이 무엇이었는지, 치료받지 못한 정신질환의 끝에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있는 그대로 들려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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