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신화(닐 게이먼)
북유럽 신화(닐 게이먼) - NORSE MYTHOLOGY(Neil Gaiman)
닐 게이먼: 잉글랜드에서 저널리스트로 일하며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전기를 집필, 이후 <블랙 오키드>, 샌드맨 등 그래픽 노블 시리즈를 발표함. 특히 <샌드맨> 시리즈는 윌 아이스너(Will Eisner) 만화산업대상을 무려 아홉 차례나 거머쥐었고, 만화로는 최초로 1991년 세계 판타지 문학상을 수상함. 최초의 장편소설 <신들의 전쟁>은 3대 SF 문학상을 휩쓸었고, 2008년 발표한 <그레이브야드 북>으로 뉴베리상과 카네기 메달을 석권한 첫 번째 작가가 됨. 현재는 미국 바드대학교 재직 중.

결론부터 말하자면 한 편의 영화를 본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새로 나온 SF 영화를 본 느낌.
처음엔 나라 이름, 도시 이름, 등장 인물들의 이름, 주변 소재들의 이름 등에 혼란스럽다가 뒤로 갈수록 고개를 끄덕이며 집중하게 보게 되는 그런 영화 말이다. 세상이 시작되기 전부터 이그드라실과 아홉 개의 세상을 거쳐 라그나로크까지 이어지는 광활하고 흥미진진한 세계에 흠뻑 빠져 보시길 권한다.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엔딩 크레디트와 쿠키 영상을 기다리고 있는 '나의 모습'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어벤저스 시리즈를 몇 편 본 나로서는 오딘과 토르, 로키가 등장하는 북유럽 신화가 더 가깝게 다가올 수밖에 없었다.(의욕에 앞서 읽기 시작했으나 처음 30여 장 정도는 머리가 핑핑 돌아서 결국 가계도와 지도를 그려가며 읽었다;;)
읽는 내내 영화 속 Chris Hemsworth(토르), Tom Hiddleston(로키), Anthony Hopkins(오딘)이 떠올라 재밌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의외로 영화와 차이점이 많이 발견되는데 '틀린 그림 찾기'를 하는 기분으로 읽으면 된다. (예: 신화 속에서는 로키와 오딘이 의형제로 나온다)
아스가르드: 에시르 신들이 사는 곳(오딘, 토르 등)
알프헤임: 빛의 요정들이 사는 곳
니다벨리르: 난쟁이들이 산 아래에 살면서 놀라운 작품을 만들어 놓음
미드가르드: 남자와 여자가 사는 세상(인간들의 거처)
요툰헤임: 서리 거인들과 산의 거인들이 궁전을 지은 곳
바나헤임: 바니르 신들이 사는 곳
니플헤임: 어두운 안개로 뒤덮인 곳
무스펠: 수르트가 지키고 있는 화염의 세상
북유럽 신화의 큰 축을 이루는 아홉 개의 세상이다. 오딘, 토르, 로키가 이 무대를 중심으로(또는 조연으로) 이야기를 이끌고 있다. 특이한 점은 신화 속 신들이 인간의 성정을 그대로 갖고 있다는 것이다. 때론 인간보다 훨씬 더 잔인하고 교활하며 이기적이다. 인간들이 신들에 의해 태어났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지만 보통 동양 문화권의 신화 속 신들은 그렇지 않다. 한 없이 자비로우며 절대적인 믿음을 갖게 끔 만드는 완벽한 존재로 그려진다. 그에 비해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도 그렇듯 북유럽 신화에서도 신은 초능력자 정도로 비친다. 그래서 더 가깝게 느껴진다.
오딘의 눈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토르의 망치 '묠니르'는 어떻게 생겨났는지, 가장 아름다운 여신 프레이야를 둘러싼 이야기, 무서운 로키의 자식들(헬과 펜리르)의 이야기, 인간들이 어떻게 시와 전설을 만들고 이야기를 지어낼 수 있는지, 스웨덴 제 1대 왕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인간 세상에 지진이 왜 나는지, 라그나로크(세계의 종말)에서 신들의 전쟁이 어떻게 그려지는지 등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꼭 읽어 보길 권한다.
영화 한 편을 오롯이 보길 원하는 마음에 이 정도로 책 소개를 마친다. 가장 아름다운 여신 프레이야로 변장한 토르와 시녀로 변장한 로키는 덤이다. 기대하고 읽어 보시길~^^
스림은 로키의 어깨를 톡톡 두드렸다.
"미안한데, 사랑스러운 프레이야가 꿀술을 벌써 세 통째 해치웠군."
"네, 그렇네요." 시녀로 변장한 로키가 말했다.
"놀라워. 지금껏 저렇게 게걸스럽게 먹는 여자는 본 적이 없어. 저렇게 음식을 많이 먹거나 꿀술을 많이 마시는 여자도 본 적이 없다고 말이야."
